19 February 2026
아이를 사랑하지만 버겁습니다. 이것은 개인적 문제인가요, 구조적 경험인가요?
나는 아이가 좌절을 건강하게 경험하길 바란다. 기분을 즉각적으로 무마하기 위해 미디어를 사용하거나, 단 음식으로 달래고 싶지는 않다. 혈당을 급하게 올리는 식습관을 반복하지 않게 해주고 싶고,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게 하고 싶다. 미디어의 장단점을 알고, 미디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대신, 자신 스스로나 인간 관계에서 안정감, 행복, 좌절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나는 아이의 몸과 마음의 회복탄력성이 높길 바란다. 그래서 아이의 짜증을 멈추게 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거나 인상을 쓰고 싶지 않다. 관계에서 단절감을 남기고 싶지 않다.
스스로가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라고 인식하기를 바라면서도 타인도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예의를 지킬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원한다. 자신의 바운더리와 타인의 바운더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감각도 갖추길 바란다.
다른 언어와 문화, 운동에 대해서 호기심있기를 바란다. 잘하지는 못해도,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있어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기준을 세워두었기 때문일까. 나와 아이 사이의 관계는 가끔, 그리고 자주 부담스럽다.
아이는 분명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너무 너무!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을 만큼. 그것은 정말 분명하다. 다만 머릿속에서 아이에 대한 생각을 단 한시도 지울 수 없다는 점이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때로는 하나의 장기 프로젝트처럼 느껴진다.
이 관계는 남편과 함께 책임지는 팀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 가족의 상황과 나의 특성 상, 남편과 안정적으로 한 팀이 된다는 감각을 갖기 어렵다. 나는 리더형 인간이고, 남편은 잦은 컨디션 저하와 과중한 업무, 예민함, 반복되는 좌절을 겪는다. 남편이 직접 요구한 적은 없지만, 나는 종종 남편의 몫까지 아이를 돌보고 있다고 느끼거나, 보호자 역할까지 맡고 있다고 느낀다.
일단 아이 이야기를 정리해보려 한다.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는 기본적으로 위험회피 성향과 자극추구 성향이 모두 높은 편이다. 그 영향인지 감정 표현이 섬세하고, 외부 환경에서는 규칙을 비교적 잘 지킨다. 안전한 집에 계속 있고 싶어하고, 그와 동시에 활동 욕구가 크고, 혼자 놀지 않으며, 신체 놀이를 요구하는 편이다.
외출하기까지 무척 오랜 설득과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한 번 나가면 신나 한다. 그러면서도 자주 안기려 하고(곧 만 5세이며 체중은 17kg에 가깝다), 외부 화장실 사용을 꺼려 상황이 곤란해지는 경우도 있다. 감각이 예민해 어딘가 젖거나 큰 소리가 들리면 바로 집에 가기를 원한다. 전반적으로 보호자 입장에서 까다롭게 느껴지는 순간이 잦다.
아이를 항상 만족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의 기분이 좋을 때 상황이 비교적 수월하게 흘러간다는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나는 아이의 기분을 자주 확인하게 된다. 조금만 상황이 어긋나면 짜증이 시작되고, 그 상태를 진정시키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이는 미술치료를 받고 있다. 치료사 선생님은 내가 ‘그릇’이 되어 아이의 감정을 부정하지 말고 담아주라고 조언한다. '이 마음은 어디서 오는걸까? 어떤 감정을 읽어줘야 할까?' 등 으로 말이다. 이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한다. 다만 실제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엄마 때문이야.”
“엄마가 해줘.”
와 같은 말을 칭얼거림과 함께 들을 때, 아이의 불편한 마음을 먼저 읽기보다, ‘그래서 지금 내가 뭘 더 해야 하는 건가. 그만 했으면 좋겠다.’라는 반응이 먼저 올라올 때가 있다.
아이와 여행을 하거나, 주말을 보내거나, 다른 가족 혹은 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면 긴장 상태가 된다. 예민한 아이와 불안 성향이 높은 보호자의 조합이라 그런걸까? 아이가 분위기를 망칠까, 혹은 상처를 받을까를 동시에 걱정하게 된다. 이런 걱정을 하는 내 스스로가 탐탁지 않아 타인의 시선도 의식하게 된다.
주말이나 여행 일정이 잡히면, 하루 종일 이어질 수 있는 아이의 짜증과 요구를 어떻게 감당할지부터 떠올리게 되고, 그 시점부터 이미 소진감을 느낀다.
이 글을 쓰며 돌아보니, 나부터가 회복탄력성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부족한 내가 엄마라, 내가 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없으면 어쩌지?
현재 나는 정서적 소진 상태에 가깝다.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
이런 부담감을 느끼는 보호자가 나만인지,
아니면 많은 보호자들이 유사한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하다.
이건 개인적인 경험일까, 구조적인 경험일까?
나 개인의 문제일까, 기질 조합의 문제일까, 아니면 나이와 같은 상황의 문제일까?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까, 아니면 이 사이클이 더 고착화 되기 전에 무엇인가를 해야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