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March 2026
힘들었던 시절이 '여름방학'같았다는 사람들
Hae Seung Sung
어느 날 우연히 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됐다. 하나를 보고, 또 찾아보았다. 두 사람은 햇살 같았다. 특별히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아도 밝음이 번져 나오는 사람들. 아마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겠지.
신혼 때 너무 가난했지만 그 시절이 여름방학처럼 즐거웠다는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손님이 오기로 했는데 가스가 중단되었다는 고지문을 보고도 “그래도 부르스타가 있지”라고 했다는 이야기. 가스가 끊겨 찬물로 샤워를 하면서 장항준 감독이 “차가워!”를 연발하자 김은희 작가가 “씻지만 씻지 마”라고 했다는 이야기. 김은희 작가는 결혼하자마자 가정주부였는데, 가사 일을 하지 않는 가정주부였고, 사진도 좀 찍어보다가, 수영도 해보다가, 다양한 일들을 하다가, 작가가 되었다는 이야기.
가스가 끊길 정도로 가난했고, 쌀이 떨어질까 걱정해야 했던 시간이 그들에게는 여름방학 같았다고 말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는 걱정이 취미야!' 라는 말을 할 정도로 걱정이 많다. 예를 들면, 산이가 열 살이 되면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텐데, 그때 취직을 어떻게 하지. 아직 오지도 않은 시간을 미리 당겨 와 긴장한다. 무려 다섯 해나 앞선 미래를 지금의 일처럼 끌어와 마음을 조인다.
문득 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를 보고 알 것 같았다. 나의 불안은 결과를 먼저 떠올리는 습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무엇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 결과가 의미 있는지, 실패는 아닌지. 나 스스로에게도, 산이에게도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육아는 그런 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결과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마저도 누구도 정확히 평가할 수 없다. 결과에 좋고 나쁨이 있는 것이 아니고, 너무나도 다양하고 또 다채롭게 해석될 수 있는 것들이 남지 않는가.
자꾸 결과만 생각하다보니, 계속 무언가를 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유튜브를 해볼까, 사업을 해볼까. 생각은 이어졌지만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 따라왔다. 그마저도 결과부터 떠올렸기 때문에 사실 시작도 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그들이 지금 잘 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사고방식이 좋아보이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들의 사고방식이 지금의 것들을 불러왔을지도 모른다.
과정을 길게 바라보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도 어쩌면 어떤 긴 과정의 한 가운데라는 것을.
그리고 이 시간이,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여름방학처럼 그리운 시간으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