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February 2026
고백합니다. 아이가 집에서 요리활동을 할 때, 나는 불안하다!
Hae Seung Sung
얼마 전, 아이와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헤이지니의 꼬야TV'를 시청했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교육적인 내용과 더불어 그 주제와 연계된 요리 활동이 포함된다.
아이는 "엄마! 나도 저렇게 유부초밥 만들고싶어!"라고 이야기했다. 마침 유부초밥 재료도 있겠다, 꾸미도 있겠다, 흔쾌히 "그래 좋아! 함께 만들어보자!"고 했다. 볼에 밥을 담고, 고기 소보로와 야채 볶음 그리고 초밥을 만들 식초 기반의 소스를 넣었다. 이때까지는 참 좋았다.
비닐 장갑을 낀 아이가 갑자기 춤을 추며 밥을 섞기 시작했을 때, 나의 비극은 시작됐다. 춤선을 따라 밥알이 날아다녔다.
아이는 고작 만 4살이다. 분명 아이는 즐거워하는데, 나의 마음엔 불안이 가득했다. '아, 저거 내가 다 치워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어, 즐거워 하는 아이를 통제했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말로는 "자~ 튀지 않게 하자~", "춤추면서 요리 하지 않아~", "가만히 앉아서 해야 해", "자, 그만"이라는 말을 하며 스스로 참 별로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서둘러 마무리를 시켰다. 아이는 그 와중에 무척 뿌듯해했다. 나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그래, 잘했어~! 멋지다!^^...'라고 말하며 식초 소스로 끈적해진 바닥을 보았다.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며 씁쓸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죄책감도 들었다. 나는 분명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다음날 까지도 기분이 좋지 않아, 왜 이렇게 오랫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을까 분석해봤다.
생각 정리할 때, 글로 적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전에 배웠던 ABCDE 모델에 따라 상황을 분석해보았다.
- A: Activating event (상황) - 아이가 유부초밥을 만드는데 자꾸 흘리고 온 사방에 음식물을 튀게 만들었다.
- B: Beliefs (생각) - 내가 저거 다 치워야하는데, 왜 이렇게 어지럽힐까. 왜 나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못할까.
- C: Consequences (감정·행동·신체반응) - 감정은 불안, 초조, 걱정, 죄책감, 수치심. 신체 반응은 표정이 굳고, 한숨이 나왔다. 행동은 계속 주의를 주고, 억지 웃음을 지었다.
- D: Disputation (생각 도전) - 한 번의 반응이 전체 태도를 대표하는가?, 불편감을 느끼는 것이 곧 ‘부적절한 부모’라는 뜻일까?
- E: Effect (새 반응, 행동): 이 분석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다음날 까지도 기분이 안좋았던 이유는, 아이가 단순히 어지럽힌 것이 마음에 안들어서가 아니고, 아이는 아이다웠을 뿐인데 계속해서 주의를 주는 내 스스로가 마음에 안들었던 것이다.
또 다시 배웠던 CBT 인지행동치료 기법에 따라 적은 것을 사실과 추측(의견)으로 나누어봤다.
- 사실: 아이가 음식을 흘리고 튀게 만들었다. 내가 한숨을 쉬고, 주의를 줬다.
- 추측(의견):
- 결국 내가 다 치워야한다 -> 아이와 함께 치우거나 남편에게 부탁할 수 있다.
- 나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못받아주는 사람이다. -> 과연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항상 가능한가? 오늘 이 사건만으로 나 스스로를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 이렇게 느끼는 나는 이상적인 엄마가 아니다. -> '이상'적인 엄마는 '이상'일 뿐. 같은 상황에서 한숨 쉬고 주의주는 엄마를 본다면 나는 무슨 말을 해줄까?
여기서 보이는 패턴은 ‘상황’보다 ‘내가 나를 평가하는 방식’이 나의 감정을 더 크게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는 아이답게 행동했고, 나는 한계를 느꼈고, 둘 다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정리 부담이 높아지는 것을 불안해하는 엄마이다. 다음에는 아이와 요리활동을 할 때에 신문지를 깔아두거나, 끈적거리거나 냄새나는 재료는 뺀 상태로 해야겠다.
그래도 괜찮아!


